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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교육 왜 강한가 2009-08-05 08:13:32 4457

대대한민국 사교육 왜 강한가?

목표 높여잡고 집중관리 실력 단박에 올려…외국서도 방학 반짝과외 받으러 강남 원정

서울 강남 대치역 은마아파트 주변의 한 24시간 편의점.
열 살 내외로 보이는 아이들이 모여 재잘재잘 수다를 떨고 있다. 특이한 것은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한국말이 아닌 영어라는 것. 그들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봤다. "뉴욕", "보스턴", "마닐라". 외국 도시 이름이 줄줄이 튀어나왔다.
아이들 대부분은 방학을 이용해 강남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과외를 받기 위해 한국을 찾은 해외동포 자녀들이다. 미국 뉴욕에서 초등학교를 다닌다는 정미래 군(8ㆍ가명)은 일찌감치 여름방학을 한 뒤 7월 초 한국으로 건너와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로 전입했다. 한 달도 안되는 짧은 기간 초등학교에 다니는 이유는 한국 학교를 체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정군 부모님이 "오후 1시부터 밤 8시까지 학원 스케줄은 모두 잡아놨는데 오전 시간을 때울 거리가 적당치 않다"며 서울시교육청이 해외동포 학생들에게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조국 학교체험 프로그램`에 참여시킨 것이다.
한국 공교육 환경에 만족하지 못해 선진국 공교육을 찾아 미국으로 떠난 정군이 다시 사교육을 찾아 한국으로 오게 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정군의 어머니 박 모씨(37)는 "강남 학원들은 보통 레벨을 굉장히 높이 설정하고 목표치에 맞게 밀어붙여 아이들의 능력이나 성적이 금세 향상되는 것을 느낀다"며 "아무리 미국에 살고 있다 해도 그 속에선 또 다른 경쟁의 리그가 일어나고 있는데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는 강남 사교육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정군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매 학원수업이 끝나면 30~40쪽이나 되는 일일 숙제를 해야 한다.
정군은 수학 학원에서 같은 또래의 미국 아이들보다 훨씬 수준이 높은 사칙연산과 도형, 측도, 확률 등을 배우고 있다. 미국에선 기껏해야 2자리 수들을 가지고 간단하게 덧셈과 뺄셈을 하는 수준이지만 정군은 4자리 수들의 복잡한 사칙연산을 풀고 있다. 한국말이 서툴러 존댓말과 반말의 차이를 깨치지 못한 정군은 "미국 생활보다 더 힘드네"라며 혀를 쭉 내밀었다. 어머니 박씨는 "외국에 나가 보니 오히려 필요와 수준에 따라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한국의 사교육 환경이 국가경쟁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한국의 사교육이 유독 욕을 먹는 것은 능력 없는 `공교육`의 질투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기회비용`이다.
정군은 미국에서 동네의 `커뮤니티 스쿨`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영재수업(1개월 80달러)과 수영(57달러)을 배웠다. 피아노와 플루트는 교내 과외활동을 통해 배웠기 때문에 전혀 돈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미국보다 다섯 배나 많은 100만원 정도의 과외비가 들고 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사교육 유턴 현상으로 매년 5~6월 서울 강남에서 빈방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지 오래다. 대치동에서 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김 모씨(46)는 "7월 초순쯤 되면 방을 구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며 "유명 SAT학원 인근의 경우 평상시 월세 70만~80만원 하는 지하방도 시즌 때는 100만원 이상 주고도 빈방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군은 "한국 학교에 와서 나는 수업시간에 열심히 선생님 수업을 듣고 있는데 다른 친구들은 학원 숙제를 하고 있더라"며 "아이들한테 물었더니 학교 수업은 이미 5학년 과정까지 모두 학원에서 끝냈다고 해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 초ㆍ중ㆍ고교가 1만84개인데 사설학원은 16만2441개나 된다. 사실상 공교육 기능을 사교육이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강남 스타강사, 학생 혼 빼놓는 만능엔터테이너

옷차림도 전략…수강생 눈높이에 맞춰 그날그날 바꿔박사과정 조교들이 온라인 문답 `미니연구소급 私교육`


국내 한 가정에서 매년 지출하는 사교육비 평균은 266만원, 월평균으로는 22만원에 달한다. 그래도 학부모들은 안심이 되지 않는다. 다른 문화생활, 소비생활을 접더라도 학원 이외에 과외를 시키지 않으면 언제 내 아이가 경쟁에서 도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을 정도다. 최근 유명 강남학원들의 학력평가시험 문제유출 사건은 이런 학부모들의 불안감에 부채질을 한 격이다.
표면적으로는 강남 입시학원들의 부도덕성을 드러낸 셈이지만 학부모들에게는 `학원 불패` 신화를 다시 증명한 꼴이 됐다. 정부는 학원을 집중 단속하고 심야교습을 금지하겠다고 나섰지만 오히려 강남구 입시학원들은 현 정부 임기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대체 무엇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멀쩡한 공교육 현장을 외면한 채 강남 사교육에 매달리는 것인지 강남 유명강사의 하루 일과를 밀착 취재해 사교육의 경쟁력 포인트, 공교육과의 차별점을 살펴봤다.
오전 9시, 일요일이지만 이근갑 선생은 외출 준비에 분주하다. 옷을 고르고, 머리를 만지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든다. 비가 오는 날씨와 어울리는 회색 티셔츠와 검정색 진 바지를 입기로 하고 식탁으로 향한다. 40대이지만 유달리 외모에 신경 쓰는 이유는 딱 하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신념 때문이다. 이씨는 "나야 편한 게 좋지만 요즘 어린 학생들은 시청각 세대 아니냐. 말하는 사람이 호감이 가야 강의도 쏙쏙 귀에 들어오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아침은 상추에 쌈장만 찍어 간단히 요기한다. 위에 부담을 줄 정도로 먹으면 강의 내내 소화가 안돼 수업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선 공교육 현장과 차별화 포인트는 바로 이런 철두철미한 `수요자 마인드`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씨는 현재 사교육 업계에서 현장강의와 인터넷강의 모두 전국 최다 수강생을 보유하고 있는 언어영역의‘스타 강사`다. 업계 말로는 일타강사(담당 영역 최고 강사)라고도 한다. 한 해 10만명이 그의 강의를 듣는다.

◆ 강의 아이디어 고민에 위장병 달고 살아 = 치열한 사교육 현장에서 스타 강사가 해가 중천에 뜬 오전 9시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모른다. 늦잠은 분 단위로 낮과 밤을 쪼개 보냈기 때문이다. 눈을 뜨자마자 하루 일과가 머릿속에 가득하다. 2000년에 강사로 데뷔해 8년째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이씨지만 오늘의 강의 콘텐츠, 아이디어, 무슨 말로 학생들을 웃길까 하는 고민은 위경련이 일어날 만큼의 스트레스다. 9시 50분, 이씨는 서울 서초 M학원에 도착해 다시 강의자료를 훑어본 후 강의실로 향한다. 오늘은 `자음 동화`를 가르치는 시간. 이씨는 자신의 별명이자 수강코드인 `가비다`를 활용해 만든 공식을 아이들에게 설명하며 노래를 하기 시작한다. "따라해 주지 않으면 내가 민망해, 가비다~는, 에미나~ 를!, 그렇지!" 여자 목소리, 할아버지 목소리, 아이 목소리를 번갈아 내며 책을 읽으니 엎드려 있던 아이들도 하나둘 일어난다. 250명이 빽빽이 앉아 있는 강의실에서 선생은 일일이 한명 한명과 눈을 마주쳐 가며 수업을 진행한다. 그곳에는 하루 종일 교실에 앉아 있어서도 선생님과 눈길 한 번 못 마주칠 `사각지대`는 없다. 일선 학교 교사들이야 안정적인 공무원 신분에 정해진 수업시간을 채우며 특별한 사고만 일으키지 않으면 문제없지만 강남 사교육 1번지에서의 강의는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경쟁의 연속이다. 이씨는 "학생들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확실한 교수방법이 있더라도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지 못하면 어느새 `한물간 선생`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박사급 조교 데리고 학생들 질문에 답변 = 같은 시간, 이씨의 비서 격인 조교 김미희 씨(23)는 교무실에 앉아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홈페이지를 살펴보며 질문을 점검한다. `지난 시간 진도가 어디였느냐` `수업을 빠졌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 같은 간단한 질문에는 김씨가 답한다. 그러나 보통은 국어국문학 박사과정인 6명의 `답변선생님`들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직접 답을 단다. 메가스터디에 마련된 이근갑 씨의 질문게시판에 올라오는 질문은 하루 150여 개. 이달에만 총 2927개 질문이 올라와 있다. 질문의 답변율은 98%. 보통 24시간 내에 답변이 올라오므로 오늘 답변을 해야 하는 질문을 제외하고는 100%에 가깝다. 11시 23분, 수업 중간 휴식시간 잠시 목을 축이러 교무실에 들어온 이씨를 아이들은 놔줄 줄 모른다. 문제지를 들고 줄 서 있는 학생들에게 그는 싫은 기색 없이 차분하게 이론을 설명한다. 수업이 끝나면 훽 교무실로 사라지거나 괜히 뻔한 질문을 물었다가 망신이나 꾸지람을 받을 것 같은 일부 학교 교사와 차이점이다. 이씨는 매달 50문제씩 두 번 배포하는 자율학습 프린트도 2400부씩 직접 제작한다. 현장 강의하는 친구들에게 시가 8000원 정도인 강의 정리집을 무료로 주기 위해 매달 2000부가량 책을 추가로 만든다. 5시 30분. 시간을 훌쩍 넘겨 수업이 끝났지만 학생들은 집에 가지 않고 교무실에 몰려든다. 방학 특강 신청을 놓쳐 대기자 명단에라도 이름을 올려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서다. 250명 강의인데도 대기자만 47명이 넘어간다.
◆ 학생들 "선생님보다 더 선생님 같아" = 평택에서 왔다는 구자희 학생(19ㆍ여)은 "수업이 학교 수업과 확실히 차이가 있어 왕복 4시간을 투자해 이곳에 온다"며 "학교 선생님은 가까이 있어도 챙겨준다는 느낌이 안 들고 잘하는 애들만 끌고 가려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근갑 선생님은 더 인격적으로 느껴지고 친근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수업시간, 조교는 교무실에서 학생들이 쉬는 시간마다 요청해온 사항을 일일이 점검하고 학생들이 결강한 강의를 온라인으로 열어준다. 못 들은 수업을 무료 인터넷 강의를 통해 보충해 수업의 맥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서란다. 10시가 다 되어 수업을 마친 이씨는 학생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10시 20분께 자신의 집으로 향한다. 수업은 끝났지만 이씨의 휴대전화는 학생들의 궁금증이 담긴 문자메시지와 전화로 쉴 새 없이 울린다. 밤 11시, "어, 가비쌤(이근갑 선생님)인데, 누구니?"라며 전화를 받아주는 목소리에는 여전히 힘이 넘친다.


강남학원 SAT 안배우면 美 명문대 진학 힘들어요"

獨유학생 金군 방학때면 한국行


독일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김정수 군(18ㆍ가명)은 6월 말 방학하자마자 한국행 비행기 티켓부터 끊었다. 미국보다 SAT(미국 수학능력시험) 분석이 더 잘되어 있다는 강남 학원에서 수강하기 위해서다.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11학년을 마친 김군은 토플 준비에 SAT 준비까지 정신없이 바쁘다. 10월부터 모집을 시작하는 미국 대학에 지원하기 위해 다음달에 독일에서 SAT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SAT를 본 적이 없는 김군은 여느 유학생들처럼 주저없이 서울 강남의 SAT학원을 선택했다.매일 3시간 30분씩 수업을 듣는 강행군이지만 김군은 만족하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처지에 학원만큼 짧은 시간 안에 SAT에 익숙하게 만들어주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김군은 "왔다갔다 귀찮긴 하지만 강남 사교육 없이 외국에서 한국 학생들이 명문대를 간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얘기가 유학생들 사이에 공공연하다"고 말했다. 김군이 다니는 학원에서는 하루에 50~60개 단어를 외우게 한 뒤 매일 15문제씩 단어시험을 본다. 세 문제만 틀려도 수업 후 재시험을 봐야 하고 외워야 할 단어가 매일매일 누적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알아서` 공부하게 된다. 김군은 "에세이 쓸 때 단어의 뉘앙스가 중요한데 미국 대학에서 일정 수준 이상 공부한 선생님들이 아니면 이런 걸 알려줄 수 없다"며 "강사들의 프로필을 모두 공개하는 것도 한층 신뢰를 주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학원의 맞춤 컨설팅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김군이 다니는 학원은 미국 현지법인과 연결돼 미국 대학에 대한 입학승인 성향 분석을 통해 학생에게 합격 가능성이 높은 학교를 추천해주고 있다. 현재 김군은 학원 추천과 본인 희망에 따라 미시간대학과 UCLA대학,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코넬대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학원에 만족감을 표시하는 김군이지만 "한국 사교육은 정말 무섭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미국에도 SAT학원이 있지만 수강생 중에 상위권 학생들은 거의 없다.
그곳에서 잘하는 애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아니까 학원에 갈 필요가 없다. 나도 여기서 학원 다니는 게 가끔 부끄러워질 때가 있긴 한데 시간을 절약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다."

 


교사들 "수업만 하는 학원강사 부럽다"

0교시 수업ㆍ야간자율학습에 넘쳐나는 잡무까지

 
학부모들이 1년 중 가장 괴로운 시간은 여름방학이다. 학교에 안 가는 시간을 `사교육`으로 채워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경제적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중1 학생을 둔 서울 논현동에 사는 모 대기업 부장 김 모씨(45)는 아내와 상의한 끝에 결국 적금을 깼다. 특목고 입학을 원하는 아이 학원비와 입학사정관제 대비 컨설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올여름 사교육비 지출 예상 금액만 3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김씨는 "정부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아이가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매년 이런 상황이 반복되겠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 아니냐"며 비장한 각오를 밝힌다.
정부 또한 `사교육과의 전쟁` 각오가 비장하다. 전국 400개 초ㆍ중ㆍ고교를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해 정규 수업과 다양한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사교육 수요를 학교 교육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믿어주는 학부모와 학생은 없다. 공교육 현장 역시 볼멘소리가 가득하다.
교사들 현실을 모르는 `장밋빛 그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교사가 교과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교육 환경 개선 등이 우선돼야 하는데 목표만 있고 `방법론`은 밑그림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학부모들 허리를 휘게 만드는 사교육비 경감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공교육 현장 현실부터 제대로 파악하라는 것이 한결같은 목소리다. 일선학교 교사 생활을 24시간 밀착취재해 정부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공교육 현장의 환경적 문제점을 들춰봤다. 경기도 한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A교사(39ㆍ여)는 오전 7시에 학교로 향한다. 7시 40분부터 시작하는 0교시 수업에 들어가려면 적어도 7시 20분까지는 학교에 도착해야 한다. 0교시를 마치고 조회를 하고 나면 보통 4~5시간은 수업에 들어간다. 수업이 비는 시간에는 중간 중간 담임을 맡고 있는 2학년 3반 아이들 출결, 학생지도 등 사무적인 일을 처리한다. 학력증진부라는 보직을 맡고 있어 `방과 후 학교` 예산과 시간표도 틈틈이 짠다. 문제는 수업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행정잡무`들이 쌓여 있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에서 내려오는 공문도 그의 차지다.
얼마 전에는 학생 사교육 조사를 하라는 지침이 떨어져 며칠 동안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애를 먹었다. 7교시가 있는 날은 오후 4시 40분, 8교시가 있는 날에는 5시 40분에 수업이 끝난다. 종례를 마치고 나면 하루에 두세 명씩 돌아가며 학생 면담을 한다.

과거에 비해 반당 학생 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학급 학생 33명 내신이나 성취도 평가 점수를 일일이 관리해 입시지도를 하기에는 일손이 달린다. 보충 수업이 있는 날에는 그마저도 미뤄진다. 주변에서는 `신의 직장`에 근무한다고 하지만 하루 업무시간은 보통 10시간이 훌쩍 넘는다. 야간 자율학습 당번인 날에는 밤 10시에 일이 끝나 14시간 이상을 학교에서 보낸다. 수업 준비를 틈틈이 하기는 하지만 당장 처리해야 하는 보직 업무와 공문 처리, 학생 지도가 눈에 걸려 포기하고 만다. 방학에는 여유가 있지만 보충수업 등으로 대부분 반납한다.
A교사는 "밖에선 선생들은 방학이 있어서 자유로워 좋겠다고 말하지만 속 모르는 얘기"라며 "나 역시 진학을 앞둔 자녀들이 있는 평범한 학부모지만 우리 얘들 공부를 봐준 기억은 한글을 가르쳐 준 이후 거의 없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사교육 쏠림 현상에 대해 묻자 A씨는 사교육과 공교육은 비교 대상 자체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A씨는 "사교육 선생과 공교육 교사는 업무량 자체가 다르다"며 "학원에서 10명씩 보조교사와 담당 직원을 두고 하는 일을 학교 선생님은 한 명이 모두 처리하는데 단순 비교해 교육의 질을 따지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는 비단 A교사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대부분 교사들이 `잡무`에 시달려 교재연구에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는 것이 공교육 현실이다. 장비도 열악하다. 충남 홍성 한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정수현 교사(27ㆍ가명)는 "시간 여유도 없을뿐더러 시청각 자료를 이용하려면 일일이 본인이 장비를 대여하고 신청해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해 활용도도 낮다"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바쁜 와중에도 교사들이 팀을 짜 교재를 개발해 수업에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 홍은동 명지고등학교가 대표적인 사례다. 명지고는 2005년 교과 선생님들이 힘을 합쳐 `명지고형 교과서` 33종을 완성했다. 이후에도 교사들이 매년 팀을 구성해 기존에 개발한 교과서를 보완하거나 새로 제작하고 있다. 교재 개발 이후 학생들 내신 성적은 평균 7점 이상 향상됐다. 현재 1학년 2학기 지구과학 교재를 제작 중인 조규동 교사(32)는 학기 중에는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 외국 교과서와 기존 문제집, 논문 등을 참고해 자료를 수집하고 방학 때는 취합한 자료를 교재 형태로 정리한다. 참고 서적 구매 비용은 지급되지만 그 외 인센티브는 일절 없다. 조 교사 외에 교사 두 명이 함께 교재 작업을 진행한다.
조 교사는 "시간을 내서 교재 만드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교재 만드는 과정에서 수업 준비도 되고, 매년 교재 개발을 하면서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 자기계발도 이뤄지는 효과가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곽해룡 명지고 교재개발팀장(50)은 "처음에는 재단에서 지원금을 받아 학교 주도로 교재 개발을 했으나 이제는 따로 지원되는 부분이 없는데도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개발에 나선다"며 "초기에 학교나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매경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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