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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합격생지역쏠림강화 2009-01-19 20:31:57 4802
서울 양천구 목6동 월촌중 교문을 나서면 24층 건물이 나타난다. 건물 외벽은 ‘XX어학원’ ‘OO수학’ 같은 학원 간판이 덮고 있다. 그 건물 뒤엔 학원들이 밀집돼 있다. 주로 특목고 대비 학원들이다. A학원 원장은 “하루에도 7000~8000명이 모여들어 학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월촌중은 올해 외국어고(외고)·과학고·국제고를 합해 모두 42명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전국 최고다. 올해 외고에 입학한 이 학교의 한 학생도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학원을 다녔다. 그러나 초등학생 때부터 학원을 다니는 학생 10명 중 8명은 불합격한다.

외고에 합격한 학부모들은 “정부에서 불이익을 준다, 어쩐다 해도 학부모들 사이에서 ‘그 말을 어떻게 믿느냐’는 반응이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6개 외고 일반전형 지원자 수는 2005년 5526명이었다. 2008학년도에는 6295명, 2009학년도 7403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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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대 진학 용이=올해 대원외고에 15명이 간 서울 대치동의 대청중은 강남구에서 특목고를 가장 많이 보낸다. 이 때문에 대청중의 지난해 전입생은 143명으로 총 학생수의 10%가 넘었다. 대청중에 많이 진학하는 대치초등도 특목고 특수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6학년 졸업생은 10학급 397명으로 1학년 5학급 149명의 2배로 늘어난 것이다. 대청중의 한 교사는 “입학생 400명 중 절반이 특목고에 관심을 갖고 150여 명이 특목고에 지원한다”고 밝혔다.

학급당 학생수가 많고 내신이 불리해도 모여드는 것이다. 특히 2008학년도 특목고 입시에서 내신 실질반영률은 40~50%나 된다. 올해 특목고에 합격한 김모군의 어머니는 “학원의 구술면접 강의를 들으면 합격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강남구 구정중은 중3생 230여 명 중 16명이 외고와 과학고에 붙어 학생 정원 대비 진학률 1위(6.7%)를 기록했다.

학생들이 특목고를 선택하는 이유는 상위권대에 들어갈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2008학년도 대입 결과에서도 강남이나 목동 지역 일반계 고교의 SKY대(서울대·고려대·연세대) 진학률은 10%대였다. 반면 외고 중 가장 낮은 SKY대 진학률을 보인 곳은 35.3%였다. 하늘교육 임성호 기획이사는 “대입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에 합격 확률이 높지 않은 외고에 목숨을 건다”고 말했다.

◆지역 간 학력 격차 심각=본지 분석 결과 서울시내 371개 중학교 가운데 48개교(12.9%)는 특목고에 한 명도 합격시키지 못했다. 6개 외고 합격생 중 양천·강남·노원·송파구 출신의 비율이 10% 이상인 반면 금천구(0.3%)·중구(0.4%)·구로구(0.9%)는 1% 미만에 그쳤다. 특히 금천·중·관악구의 중학교는 학교별로 합격생이 많아야 한두 명에 불과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김양분 박사는 “소득 수준과 교육열이 높은 가정의 학생들이 모여 있을 때 학업성취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집단효과가 외고 진학을 준비하는 중학교에서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집단 효과는 과학고에선 상대적으로 적었다. 세종·한성 두 개 과학고를 가장 많이 보낸 학교는 노원구의 불암중(6명)이지만 다른 학교들(1~5명)과 편차가 크지 않았다. 과학고를 보내는 학교는 골고루 퍼져 있는 것이다.

◆지원대책 서둘러야=교육과 사회연구소의 김장중 소장은 “조사 결과를 단순한 통계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학력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학력이 낮은 지역에 대한 재정 지원과 우수교사 배치 등의 배려가 필요하고, 지자체별로도 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송인섭(교육학) 교수는 “학력 격차를 사교육 탓으로만 돌리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며 공교육 격차 해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송 교수는 “교육 환경 격차에 대한 분석을 한 뒤 열악한 곳에 예산 배정 등의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교사들도 경각심을 갖고 학생 실력 끌어올리기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진·이종찬 기자

이지상 인턴기자(이화여대 정외과4)

◆특목고 진학 실적 공개 이유=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말부터 전국 초·중·고의 학교 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상급 학교 진학률과 학교 폭력 건수, 교사 현황 등이 담겼다. 하지만 정작 학부모들이 관심 있는 개별 학교에 대한 학력 정보는 제외됐다. 중앙일보가 서울 지역 371개 중학교의 특목고 진학 실적을 공개한 것은 학생·학부모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뒤처진 학교를 지원하자는 취지에서다. 강남북 간은 물론 학원 밀집 지역과 소외 지역의 문제에 대한 의식을 공유해 학생들의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자는 의미도 있다. 영국·미국 학교들도 진학 자료는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다. 이번에 공개한 자료는 교과부나 서울시교육청의 공식 발표 자료가 아니므로 일부 수치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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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실력이 비슷해 수준별 반 편성을 할 필요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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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특목고와 국제고 합격자를 가장 많이 낸 월촌중 서성진(사진) 교장은 “면학 분위기가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문계 고교 교감으로 일하다 월촌중에 와 보니 고교보다 수업 집중도가 훨씬 높았다”고 설명했다. 수준별 이동 수업을 하라는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을 따르기 위해 영어 과목만 일주일에 한 시간씩 수준별로 수업을 한다. 나머지 과목은 그대로 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서 교장은 학부모의 높은 교육열도 큰 힘이라고 말했다. 중산층 밀집 지역인 목동에 있는 월촌중은 학부모의 95% 이상이 대졸 이상 학력이다.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학업 동기를 유발해 주고 사교육을 통한 선행학습으로 학업 성취도가 높다는 것이다. 그는 “시험 문제가 쉬우면 변별력이 없어지고, 어려우면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어 고민이 많다”고 했다. 시험 문제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학생과 학부모가 즉각 문제 제기를 한다는 것이다.

목동은 대표적인 학급 과밀화 지역이다. 월촌중은 49학급에 학급당 학생 수가 46명이나 된다. 서울 소재 중학교의 평균 학급 수(29개)와 학급당 학생 수(34.7명)보다 많다. 매년 120명의 학생이 전학 오고, 그만 한 수가 전학을 간다. 서 교장은 “전학 가는 학생의 3분의 2가 해외 유학·연수로 인한 것이고 나머지는 거주지 이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찬 기자

중앙일보는 서울 목동 지역 중학교를 다니다 외국어고에 붙은 학생 20명의 학부모를 전화로 설문조사(16~17일)했다. 그 결과 절반인 10명이 특목고 진학을 위해 다른 지역에서 전입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목고 준비 시작 시기는 초등학교 4~6학년이 4명, 중 1이 7명, 중 2가 3명, 중 3이 6명이었다. 초등학교 때 살았던 곳은 분당·파주·일산·김포·수원 등 경기도 지역이 5명으로 가장 많았다. 목동 인근 강서구 등촌동·화곡동도 2명이었다. 8명은 초등학교 때 특목고 준비를 위해 목동으로 이사 왔다. 대부분 수면 시간은 5시간 이하라고 답했고, 8시간 이상은 2명이었다. 사교육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은 20명 전원이 2~3시간에 불과했다. 대부분 학교 공부보다는 사교육에 의존해 입시 준비를 한 것이다.

가정 배경은 학구적이었다. 장서 수가 ‘1000권이 넘어 셀 수 없다’고 말한 학생도 3명이나 됐다. ‘25~100권’이라고 한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300권 이상이라고 답했다. 학생들은 주로 취미로 독서를 즐겼다.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학생도 12명이나 됐다. 5명은 30분 이내 잠시 즐길 뿐이라 했고, 텔레비전이 없는 집도 있었다.

외국 체류 경험자도 많이 있었다. 어학연수나 해외 학교를 다녔던 학생이 11명이었고, 외고 입시에 도움이 됐다는 반응이 많았다. 연수 시기는 초등학교 4~6학년이 5명이었고 중 1이 2명, 중 2가 1명이었다. 연수 기간은 1년이 대부분이었지만 4년 이상 거주자도 한 명 있었다.

부모들은 대부분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로 중산층 이상이었다. 직업은 회사원(5명)·대학교수(3명)·자영업(3명)·의사(2명)·금융업(2명)·방송PD(1명)·공무원(1명) 순이다. 형제자매가 특목고에 재학 중이거나 특목고 대비를 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도 40%였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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